라면 요리왕 1편에 보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해봐 다빈치의 진품을 알아볼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어느 세계에도 좋은 걸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야

대부분의 인간은 단순해서 느끼기 쉬운 자극 밖에 이해 못하지

근데 둔한 녀석일 수록 자기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더군


그걸 꺠달은 나는 녀석들에게 질 낮은 입맛에 맞춰 마늘을 튀긴 소기름을 첨가한 진한 맛 라면 메뉴를 올렸지 요즘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서 자네가 말한데로 그 강렬한 냄새 앞에 다른 재료들의 풍미가 날아가버릴 각오를 하고 말일세. 물론 특수주문한 말린 은어가 들어있다는 그말은 그대로 두고 말이지


그랬더니 보라구 

진한 맛라면이 히트를 친거야... 소기름을 먹고 은어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둥 멍청한 손님들의 저 행렬..

이게 뭘 뜻하는지 아나?


그들은 라면을 먹고 있는게 아냐. 정보를 먹고 있는 거다!





이 만화를 보면서, 이 대목에서 사실 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맛집이라고 유명해진 집들을 다녔던 과거를 생각해보니 저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부터 어떤 집이 맛있다고 해서 가면, 그냥 먹고 솔직히 아 맛없다, 맛있다 같은 나 스스로의 판단을 하기 보다는 사전에 미리 보고 온 정보들을 떠올리며 그 정보 안에서 언급된 맛에 대한 정보와 먹고 있는 정보들을 퍼즐 맞추듯 맛을 평가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수요미식회에서 중국집 짜장면에 대한 내용을 본 후 만다복을 들른적이 있었다. 이른 바 백년짜장이란 이름으로 짜장의 원형을 재현했다는 테마를 가진 짜장면을 판매하는 집인데, 수요미식회의 맛평가단 사람들이 꽤나 후한 평가를 했었다.

방송이 나간 직후 얼마 안돼 그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줄이 거의 20M정도는 이어질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왠지 100년 전 원형 짜장이라고 하니 기대되고 설레임도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맛을 봤는데..사실 기대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원형에 가까운 짜장이라고 하니 그 특색을 즐기는 수준에 그치는 맛이 아니었나 하는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방송에 나왔던 것과 같이 맛도 재현해보고 "아 이 맛을 이야기하는거구나"하면서 방송에서 들은 감상평의 맛들을 나도 즐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만다복의 경우에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이 별로여서 별로 주변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경우는 맛있다. 맛없다의 영역이 애매한 경우다. 
간혹 눈이 번뜩할 정도로 맛있는 집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 애매한 집들이 많다. 쉽게 말해 동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점과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 관광지의 경우에는 자신이 머물렀던 곳의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기 위해 본인이 식사한 곳을 너나 할 것 없이 맛집이라고 올리다보니 정말 한 지역에 수도 없이 많은 맛집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헛탕치는 경우도 더 많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맛집이라고 불리우는 곳들이 특정 블로거의 개인적인 평가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뭔가 충실한 느낌의 평가를 읽은 방문한 사람들이 점차 그 정보에 동조화 되어가면서 유명세가 굳어져간다고 할까? 

맛집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정보들이 반대로 제대로 된 음식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은 참 재미있는 현상이면서도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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